사계절 중 날씨가 가장 쾌적하다는 봄이 왔습니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봄철의 산야는 화사함으로 물들어 가고, 피부를 스치는 청량한 바람은 가슴까지 상쾌하게 만들죠.
이런 날씨 덕분에 봄은 늘 건강하고 자신감과 의욕이 넘치는 계절입니다. 그러나 바깥나들이가 잦아지면서 자칫 과로하기 쉬운 계절이기도 한데요. 이럴 때는 입맛을 북돋우는 음식으로 체력을 보충시켜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럼, 봄과 잘 어울리면서 건강까지 챙겨주는 음식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봄을 닮아 그 빛깔 또한 화사한! 오색 ‘컬러푸드’ 5가지를 꼽아보았습니다.
가족이나 자신의 건강 상태에 맞춰 음식의 색깔을 선택해 먹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은 그 색에 따라 함유하고 있는 영양분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적색'은 수용성 항산화작용으로 우리 몸의 DNA을 변형시켜 암 발생의 원인이 되는 유해(활성)산소를 없애 주고, '흰색'은 리그난이나 플라보노이드 등의 성분으로 호흡기 기능과 여성호르몬(estrogen)을 이루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한, '흑색'은 안토시아닌이 함유되어 있어서 노화방지와 체력증진 등에 효과가 있으며, '청색'식품에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고 '황색'에는 베타카로틴 성분이 많아서 시력 유지나 피부 보호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녹색 식품으론 죽엽(대나무 잎)을 추천합니다. 죽엽은 열을 내려주는 효능을 지닌 식물입니다. 갈증이 느껴지거나 입냄새가 날 때, 그리고 음주 뒤 속이 거북할 때 죽엽차를 권합니다.
죽엽차는 봄에 딴 어린 대나무 잎을 찌고 말린 찻잎을 90℃ 정도의 물에 우려낸 것인데요. 차의 색은 연푸른 대나무 색으로 구수한 향이 그윽하며 달콤한 맛이 입안에 머물러 있습니다. 위장의 열로 인해 입냄새가 날 때는 죽엽 10g을 물 1ℓ에 넣어 죽엽차를 끓여 마시거나 죽엽을 물에 타서 입을 헹구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또한, 죽엽은 열이 나거나 얼굴이 붓고, 입안이 헐었을 때도 유용하죠.
솔 향이 그윽한 솔잎(소나무 잎)도 봄 무렵에 나옵니다. 솔잎을 넣고 밥을 지으면 상하지 않고 오래 간다는 옛 말이 있는데요. 이는 솔잎이 항균작용을 해서 세균 등 미생물의 증식을 억제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솔잎은 갈증 해소에도 유익하여 예부터 스님들이 산을 오르다가 목이 마르면 솔잎을 씹어 갈증을 달래기도 하였습니다.
<죽엽은 말려 차로 마시며, 솔잎은 떡을 찔 때 많이 사용된다>
녹색은 봄을 대표하는 색깔이자 시금치, 녹차, 매실 등 녹색을 대표하는 식물의 제철이기도 하죠. 녹색의 나물과 과실에는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피로를 풀어주는 엽록소가 풍부합니다. 한의학에서 역시 녹색을 간 기능에 유익한 색이라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그린푸드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데요. ‘시각적인 안정을 주고 피로를 풀어주며 화를 누그러뜨리고 신경을 완화한다’하여 스트레스가 많은 직장인이나 학생들에 좋은 음식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황색은 음양오행의 중앙을 차지한다고 하여, 황색의 옷은 황제나 임금에게만 허용되기도 하였죠. 한의학에서는 노란색을 위장 건강과 소화를 돕는 색깔로 삼고 있는데요. 그 이유 역시 위장 등 소화기관이 신체 중심에 위치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밤, 청국장, 늙은 호박을 먹으면 위가 편안해지고 소화가 잘 되기도 합니다.
노란색 식품 중에서도 봄에 권할 만한 가장 좋은 음식은 꿀입니다. 꿀은 봄에 나온 것이 최상품으로 여겨지는데요. 봄에 꽃이 가장 많고 벌의 활동도 가장 왕성하기 때문이죠.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은 이치로 벌꿀 역시 위를 이롭게 하는 음식입니다. ‘동의보감’에서는 “벌꿀이 오장육부를 편안하게 하고, 기운을 돋우며, 아픈 것을 멎게 하고, 온갖 약을 조화시킨다”고 기술되어 있죠. 꿀은 피로를 빠르게 회복시키고 기력을 높이는 효과도 있는데요. 신혼을 ‘허니문(honey moon)’이라고 한 것은 스칸디나비아에서 신혼부부에게 한 달간 꿀을 먹게 하여 기력을 북돋아 준 전통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하네요.
<꿀을 피로 회복에 좋으며, 오장육부를 편하게 한다>
붉은색 식품으론 토마토가 있습니다. 한방에서 적색은 심장 건강에 이로운 색이라 하였죠. 또한, 적색 식품 중에서도 그 모양이 심장과 가장 비슷한 것이 토마토인데요. ‘동기상구(同氣相求)’라는 한의학 이론에서는 ‘동물의 간을 먹으면 간이 좋아지고, 머리가 좋아지게 하려면 호두 등 뇌 모양과 비슷한 것을 먹어야 한다’고 하였죠. 이처럼 토마토는 그 색뿐만 아니라 모양까지도 심장 건강에 유익한 음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토마토가 심장에 이롭다는 것은 서양 의학이나 식품영양학자들도 동의하고 있습니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은 토마토가 포함된 식사를 1주일에 7번 이상 한 사람은 1.5번 이하로 한 사람에 비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30% 낮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하였죠. 그리고 토마토에 든 칼륨과 루틴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와 혈압을 낮춰주는 역할을 하며, 토마토의 열량은 100g당 17㎉에 불과하다고 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고혈압, 동맥경화 환자에게 매일 아침 공복에 토마토를 한 두 개씩 먹으라고 추천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 밖에도 붉은색 음식인 감, 당근, 호박 등은 면역력과 항암 효과를 높이는데 좋은 음식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레드푸드’인 토마토는 심장을 건강하게 한다>
황사가 심한 봄철에는 흰색 음식을 자주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의학에서는 흰색의 음식을 폐, 호흡기질환 예방에 유익하다 말하고 있습니다. 도라지, 무, 콩나물 등이 감기, 폐렴, 기관지염 환자에게 권장되는 것은 이런 연유에서이죠. 그 중에서도 봄과 잘 어울리는 흰색 식품은 양파입니다. 특히 봄에 수확한 햇양파는 매운 맛이 적고 수분이 많아 부드럽습니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감기에 걸리면 잠들기 전에 구운 양파 한 개씩을 먹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인데요. 아침, 저녁의 일교차가 심한 봄에 체온 관리를 잘못해서 감기에 걸렸다면 양파가 특효약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유럽에서는 양파에서 추출한 물질로 감기약을 만들어 시판하고 있기도 하죠.
봄철 햇양파는 '나른함' 탓에 잃어버렸던 입맛을 되살리는데도 그만입니다. 그리고 따뜻해진 날씨에 빈번해질 수 있는 식중독을 예방하기에도 좋은 식품이죠. 양파의 매운맛 성분이 식중독 균을 죽이는 살균작용을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생양파를 3〜5분쯤 씹으면 입안의 해로운 균들도 깨끗하게 청소되기도 합니다.
<조지 워싱턴은 건강을 위해 양파를 즐겨 먹은 것으로 유명하다>
봄에 좋은 검은색 음식 중에는 목이버섯이 있습니다. 목이버섯은 흔히 잡채 또는 탕수육에 많이 들어가는 것으로만 알고 있는데요. 이 목이버섯은 철분 부족에 의한 빈혈 예방 아주 뛰어난 식품입니다. 또한 칼슘 함량도 버섯과 채소 가운데 최고이며, 체내에서 칼슘의 흡수를 돕는 비타민 D도 풍부하죠.
목이버섯은 오래된 활엽수나 마른 가지에서 자라는 버섯으로 검은색과 흰 색 두 종류가 있습니다. 가격은 흰 것이 더 비싸지만, 철분 함량은 검은 목이버섯이 10배나 많죠. 두툼한 검은 목이(말린 것) 9개면 철분의 하루 섭취 권장량이 채워지기도 합니다. 따라서 목이는 살이 두툼하고 색이 짙은 것이 최상품이죠. 물에 불려 볶음요리나 수프에 넣으면 음식 맛을 더욱 좋아지게 하기도 합니다.
<말린 목이버섯과 목이버섯 닭고기 들깨무침>
버섯은 동서양 어디에서나 음식 재료로 인기가 높은 음식입니다. 서양에선 ‘산 속의 쇠고기’, ‘채소 스테이크’라고 부르며, “버섯 장수는 장수한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죠. ‘동의보감’에도 버섯은 “기운을 돋우고 식욕을 높이며 위장을 튼튼하게 한다”고 기술되어 있습니다. 또한 고대 이집트에선 파라오만이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으며, 고대 로마인들은 전사들에게 괴력을 준다고 믿기도 하였죠.
예로부터 청색, 적색, 백색, 흑색, 황색의 자연적인 다섯 가지 색은 각기 음양오행을 상징하며, 건강한 생활을 위한 먹거리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우리 신체를 이루는 간장, 심장, 폐, 신장, 위의 오장육부를 튼튼하게 하기 때문에 오방색의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이 건강에 중요한 요소라고 하였죠. 계절의 여왕 봄. 눈도 즐겁고 건강도 즐거워지는 오색 ‘컬러푸드’로 건강한 봄맞이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